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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0일 부산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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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시수협
조회 26,476회 작성일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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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인터뷰 '달려라 광포동'] 11 수협 자갈치지점 파출수납 이계명, 이선담, 오민우 씨] 

 " 어머니들과 연애라도 하는 것 같아요"

 

이재희 기자 

 
"가끔 장난삼아 덕자 씨~ 하고 부르면 오냐 수협아~ 하고 대답합니다. 어머니들과 연애라도 하는 것 같아요."
입사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수협 직원 이계명(여·28·부산시수협 자갈치 지점) 씨의 목소리가 살짝 잠긴다.


 정말 자갈치 아지매들이랑 사귀기라도 하는 걸까? 


파출수납(수협 직원이 바쁜 자갈치 아지매들의 예금을 대신 해주는 일) 업무를 설명하는 계명 씨는 점점 신이 난다.


·입사 11개월째랍니다
이계명 씨는 2010년 6월 말 부산시수산업협동조합에 입사를 했다. 처음 배치 받은 자갈치 지점에서 맡은 업무는 파출수납. 비린내 물씬 풍기는 수협 공동어판장 좌판에 나가서 '어머니'들이 꼬깃꼬깃 모아놓은 현금을 받아 예금을 대신 해준다.

은행 갈 시간 없이 바쁜
시장 상인들 예금 대행
"언제나 반겨 주시고
정이 넘쳐 신바람 나요"


부산시수협 자갈치공판장의 좌판에서 생선과 해물을 판매하는 어머니들은 1백10여 명. 흔히들 '자갈치 아지매'로 불리는 분들이지만 다들 연세가 많아서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더 편했다.
처음 이 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젊은 아가씨가 왁자지껄하고 거칠기까지 한 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예금을 받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같은 사무실의 수호천사 이선담(여·29) 주임이 아니었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6년 차 베테랑인 이 주임은 계명 씨가 오기 전까지 이 업무를 담당했다. 판장(공동어판장) 어머니들에게 친딸처럼 붙임성 있는 이 주임이 언제 봐도 멋졌다. 가장 고마운 것은 선배 이 주임이 건네 준 이른바 '족보'.
이 족보는 1970년 11월 3일 수협 자갈치 지점이 개설된 이래 이곳을 거쳐 간 수많은 직원들에 의해 다듬어지면서 소중히 보관된 공판 자리 배치도였다. 어머니들의 이름과 자리가 낱낱이 기록돼 있어 처음 업무를 맡는 사람에겐 가장 필요한 '보물'이다.
·시어머니 삼고 싶어요
이선담 주임이 계명 씨에게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겨울이었어요. 공판은 바닷가 바로 옆이라 바람이 얼마나 센지 몰라요. 칼바람이 몰아치는데 파출수납을 나갔어요. 어머니들이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나'며 오히려 제 걱정을 해주시더라고요."
선배의 얘기를 듣는 계명 씨의 눈이 반짝였다. 계명 씨도 판장 어머니들과 만나면서 비릿하지만 향기롭고, 질척하지만 촉촉한 자갈치의 정을 막 느끼는 중이었다.
"어머니들이 가끔 '수협아! 이거 좀 먹어 봐라' 하시면서 뻥튀기도 주시고, 군밤도 주세요. 염치없이 늘 얻어먹기만 했죠."
자꾸 받을 수만 없었다. 그래서 지난 어버이날에 어머니들에게 초코파이와 음료를 돌렸다. 이동관 지점장도 흔쾌히 정성을 보탰다.
파출수납 업무는 액수는 적지만 현금을 취급하는 일이라 반드시 2인 1조로 나간다. 보디가드 역할을 겸하는 남자 직원이 함께하는 것은 필수. 힘도 좋고(?) 잘 생긴 오민우(31) 주임은 계명 씨와 그림자처럼 함께 다닌다. 남성이다 보니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좋다. 지난해 결혼한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어머니들은 "아들 왔나. 내 사위 삼자"며 반긴다.
요즘 계명 씨에게 작은 고민이 생겼다. 다들 잘 해 주셔서 시어머니 삼고 싶은 분이 한두 분이 아닌 것이다.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어머니들은 평소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주무신다.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공동어판장의 경매를 지켜보고 물건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매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좌판 일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오전 10시쯤 되면 이미 새벽 장사까지 한바탕 지나간 뒤다. 그 즈음 계명 씨의 파출 업무가 시작된다.
"변변치 않은 작은 의자나 스티로폼에 앉아 거의 스무 시간을 보낸다고 상상해 보세요. 겨울이면 변변한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공간에서 지내고, 바닥은 늘 질척이죠. 가끔 잠이 모자라 조는 분도 있어 안쓰럽기도 해요." 계명 씨는 어머니들에게서 오히려 강한 삶의 모습을 보았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한 푼 두 푼 모아 집도 사고, 자식들에게 목돈도 송금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파출계의 여신'이라 불리는 선배 이선담 주임은 종종 "어머니들을 마주하면 그분들의 에너지가 나에게 전이되는 것 같아. 힘이 펄펄 솟아나"라며 자랑을 하곤 했다. 그 말의 뜻을 계명 씨는 조금 알 것 같다.
계명 씨는 오늘도 파란색 장화를 신고 판장으로 간다. 어머니들을 만나기 전부터 가슴이 설렌다. 참 오늘은 일을 마치고 '자갈치 떡할매'의 맛있는 '앙코찰떡'으로 주전부리나 할 참이다.
 
심층기획팀=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영상=김예린·김정규 대학생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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